■ 금은화(인동덩굴)의 설화
옛날 어느 마을에 한 착한 부부가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, 결혼을 한 그 이듬해에 예쁜 쌍둥이 딸을 낳게 되었습니다. 두 딸은 너무 예뻐서 언니는 금화(金花), 동생은 은화(銀花)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. 금화와 은화는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여 늘 같이 지냈고, 살아서도 함께 지내고 죽어서도 한 무덤에 묻히자고 약속을 하였습니다.
그런데 그들이 자라 시집 갈 나이가 되었을 때, 그 마을에 몹쓸 전염병이 유행하여 언니인 금화가 그만 그 병에 걸렸습니다. 언니 금화는 열이 심하게 나면서 얼굴과 온몸이 퉁퉁 붓고 피부도 열꽃이 피어 점점 붉게 변해 갔습니다. 동생 은화는 온 정성을 다해 언니를 간호했습니다. 그러나 동생 은화의 극진한 정성도 보람도 없이 언니 금화는 점점 더 쇠약해져만 갔고, 마침내 은화도 언니와 같은 병으로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.
두 부부는 용하다는 의원을 모조리 찾았지만, 의원들은 "이것은 유행성 괴질로 불행히도 치료 약이 없습니다" 라는 말만 할 뿐,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치료를 포기하였습니다. 결국 언니 금화는 동생 은화와 두 부부의 정성스러운 간호에도 불구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. 불행하게도 며칠 뒤 동생 은화 역시 언니와 똑같은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.
두 자매는 모두 임종하기 전에 부모님께 "우리가 죽으면 약초가 되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세상에 우리와 같은 병으로 죽는 사람이 없게 하겠습니다" 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. 금화와 은화는 소원대로 죽어 한 무덤에 묻혔는데, 그 이듬해 봄에 무덤가에는 한 줄기 가느다란 푸른 덩굴이 자라났습니다.
덩굴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무성해지다가 늦봄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, 그 꽃은 처음 필 때는 흰색이었다가 점점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맑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었습니다. 금화와 은화가 묻혀있는 무덤가에는 금색과 은색의 꽃은 예쁘게 사이좋게 뒤섞여 잔잔한 바람에 맑은 향기를 내뿜었습니다.
사람들은 이 꽃을 금화와 은화의 혼이 꽃으로 피어난 것이라 하여 이 덩굴을 '금은화'라 불렀고, 이것을 질병을 고치는 약으로 쓰게 되었습니다. 사람들은 꽃과 덩굴을 달여 먹었고, 그 뒤로는 그 마을에 창궐하던 괴질도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.
-이새별시인의 인동덩굴(금은화)의 설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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